수사기관에 고소, 고발을 할 때는 피고소인, 피고발인이 범죄를 저질렀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같이 제출합니다.
그런데 그 증거가 피고소인, 피고발인의 개인정보를 포함한다면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게 개인정보 보호법상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한테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개인정보 누설 등 금지행위를 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형사처벌을 정하고 있죠.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개인정보 보호법상 누설행위금지 의무를 지는 사람에 해당한다면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한 자료일지라도 그 자료에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면 개인정보를 누설한 것에 해당합니다.
판례 사안을 살펴보고, 이 사건에서 특히 문제가 되었던 증거로 제출한 개인정보란 무엇인지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처벌받지 않기 위한 요건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18도1966 판결 [개인정보보호법위반]
〈개인정보 보호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의 ‘누설’의 의미〉
[사실관계]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4. 8. 경 경찰서에 ○○농업협동조합의 조합장에게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피고인이 위 조합의 경제상무로 근무할 때 확보하여 보관하고 있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들을 첨부하여 제출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를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사람이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 누설에는 고소·고발에 수반하여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검사가 피고인한테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에 대해 상고를 한 사건입니다.
[판결요지]
[1]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71조 제5호는 제59조 제2호를 위반하여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자 등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2011. 3. 29. 법률 제1046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조는 개인정보의 처리를 행하는 공공기관의 직원이나 직원이었던 자 등은 직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 또는 권한 없이 처리하거나 타인의 이용에 제공하는 등 부당한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3조 제2항은 제11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누설 또는 권한 없이 처리하거나 타인의 이용에 제공하는 등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였다.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 2011. 3. 29. 폐지되고 개인정보 보호법이 제정된 취지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망라하여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개인정보 처리원칙 등을 규정하고,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국민의 피해 구제를 강화하여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며,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2]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2011. 3. 29. 법률 제1046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3조 제2항, 제11조의 ‘누설’이란 아직 개인정보를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고소·고발장에 다른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첨부하여 경찰서에 제출한 것은 그 정보주체의 동의도 받지 아니하고 관련 법령에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부당한 목적하에 이루어진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하였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 위반죄는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 제11조 위반죄와 비교하여 범행주체가 다르고 ‘누설’에 부당한 목적이 삭제되었다는 것만 다를 뿐 나머지 구성요건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점,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가 금지하는 누설행위의 주체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이고, 그 대상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로 제한되므로, 수사기관에 대한 모든 개인정보 제공이 금지되는 것도 아닌 점 및 개인정보 보호법의 제정 취지 등을 감안하면,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누설’에 관한 위의 법리는 개인정보 보호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법원의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고소·고발에 수반하여 이를 알지 못하는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 ‘누설’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다만 피고인의 위 행위가 범죄행위로써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위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 누설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가 정한 ‘누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활 용]
이 사건은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 3심(대법원)에서 다시 유죄 취지로 선고된 사건입니다.
쟁점은,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증거로 제출한 자료에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면,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출한 행위도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금지하는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하느냐입니다.
대법원은, 지금은 폐지된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누설'이란 아직 개인정보를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데, 고소·고발장에 다른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첨부하여 경찰서에 제출한 것은 그 정보주체의 동의도 받지 아니하고 관련 법령에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부당한 목적하에 이루어진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현재 쟁점이 된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누설행위'도 위 법에서 말하는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수사기관에 제출한 행위도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한다는 의미죠.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는 총 13건의 CCTV 녹화자료, 2013년경 업무상 알게 된 D의 이름, 꽃배달을 받을 사람의 이름, 주소 등이 적시된 '꽃배달내역서', 축·조의금 송금내역이 들어 있는 '무통장입금의뢰서' 및 '무통장입금타행송금 전표', 각 '거래내역확인서', 2013. 9. 27. 자, 2013. 10. 11. 자 각 지급회의서 입니다.
즉, 이런 자료들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것도 중요한 내용이죠.
그런데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개인정보 누설 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아니라,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이고 누설금지 대상이 되는 정보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로 제한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출이 항상 금지되거나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누설행위 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이 업무상 알게된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경우에만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했다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하고, 자신이 개인정보 보호법상 의무를 부담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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