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에서 피고가 모두 패소(즉 원고 전부인용 판결로, 피고는 원고한테 원고가 청구한 돈을 모두 주라는 판결)한 후, 항소심에서 제가 피고를 대리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청구기각 판결을 받은 사건입니다.
이런 사건은 원고의 금전청구가 부당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크게 1) 피고가 이미 원고한테 돈을 준 경우(원고한테 전달하라고 제3자한테 주었거나), 2) 원고의 대리인한테 주었는데 원고가 지금와서 대리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 3) 원고한테 금전이 아닌 기타 방법으로 변제한 것으로 약정을 했는데 원고가 그 후 약정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아시듯이, 증거이고요. 피고가 1심에서 받은 패소 판결을 항소심에서 전부 뒤집으려면 피고가 원고한테 이미 돈을 주었거나 준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을 최대한 주장입증해야 합니다(쓰고보니 너무 당연한 소리네요)
평소 증거를 잘 모아두고 정리해 놓은 당사자(의뢰인)의 노력이 항소인용(원고청구기각)을 받는데 중요하고, 저는 평소 꼼꼼한 당사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법적으로 논리를 잘 구성해서 그들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피해배우자(피해자)는 배우자와 상간자 모두에 대해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배우자한테는 위자료 청구를 안하면서 상간자한테만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경우도 많고, 피해자가 배우자와 이혼까지 가지 않으면 이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어요.
원칙적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두 명(배우자와 상간자)의 공동불법행위입니다. 그 의미는 두 사람이 피해자에 대해서 위자료 부진정연대채무을 진다는 의미에요.
부진정연대채무란 쉽게 말해서 피해자는 배우자와 상간자 두 명한테 위자료 금액 전부를 청구해도 되고 금액 일부만 청구할 수도 있다는 의미에요. 만약 피해자가 한 명한테(예를 들어 상간자한테만)위자료 금액 전부를 청구한다면, 상간자는 부정행위를 같이 저지른 배우자를 핑계로 위자료의 일부만 주겠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상간자는 일단 피해자한테 위자료 금액 전액을 지급하고, 지급한 위자료 중 일부 금액을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한테 구상청구를 해야 하는 것이죠.
번거롭고 불편한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상간자한테만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경우에 두 명이 부담하는 위자료 중에서 상간자가 저지른 과실 비율에 대해서만 일부 청구를 하는 것이 맞지만, 피해자가 자신의 배우자한테도 책임이 있다고 해서 상간자한테 일부 청구만 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죠.
상간자 입장에서는 부정행위가 발각된 후 피해자가 자신한테만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 자체를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기혼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위자료 책임이 부정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위자료는 일단 인정이 되고, 차라리 위자료의 액수를 줄이는 방법에 집중하는 것이 전략상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두 사람의 과실비율은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외적으로 상간자보다 상대방배우자의 과실비율이 더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간자의 위자료가 배우자보다 적게 인정받기 위해서 주장하고 입증해야 하는 내용
- 부정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및 기간(부정행위 시작이 상대방이 기혼이라는 사실을 숨겨 속아서 시작한 경우, 부정행위를 지속하게 된 이유가 상대방이 계속 부추긴 경우 등 상대방의 책임이 큰 경우 등) - 부정행위가 상대방의 부부공동생활에 미친 악영향의 정도(부정행위로 인하여 상대방이 이혼을 하였는지 여부 등) - 부정행위가 발각된 경위 - 부정행위가 발각된 이후 상대방의 태도 및 정황 - 상대방 부부의 혼인기간 및 가족관계 등
피해자가 청구한 위자료 금액에서 일부만 인정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피해자가 소송비용을 더 부담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위자료 액수를 현격히 줄일 수도 있습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었을 때 반응은 예상과는 달리 꼭 이혼만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는 모두 저마다의 사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이유는 자녀들 때문입니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 소송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배우자가 알아서 정리하겠다고 하면 일단 배우자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이혼 가능성을 낮추기도 합니다.
그러나 배우자는 외도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혼을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핏 생각해보면, 잘못은 누가 했는데 이혼까지 하자고 그래? 라고 분노가 생길만한 일이죠.
하지만 부부마다 사정은 너무나 다양하고 그 부부 간의 관계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평소에 불만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어떤 기회에 우연히 그 불만이 터지면서 외도로 이어질 수 있고, 인간관계는 상호적이라서 그 배우자는 피해자임에도 그 이유를 알긴 압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외도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고 불법행위는 맞습니다. 어떤 이유든 외도를 하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고, 만약 배우자한테 애정이 식었다면 결혼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순서죠.
이런 상황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럴때 피해자인 배우자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먼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이혼을 원하는지 아닌지를 결정하고, 이혼을 원한다면 그 방향으로 소송을 진행하면 됩니다.
그러나 아직 이혼은 고민 중이고 배우자가 불법행위를 저질렀지만 한 번 더 기회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바로 소송을 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닙니다. 배우자가 정리하겠다고 하면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일단은 순서입니다.
하지만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가 이혼을 원한다면, 이 경우에는 상간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이 방법이 됩니다. 소송은 이 때부터 고려하시면 됩니다. 아직 나는 이혼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자에 대한 소송은 보류하고, 상간자에 대해서만 소송을 하면 됩니다.
상간자에 대한 소송은 배우자를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고, 오히려 맘이 더 떠나게 하는 악수가 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소송의 노하우입니다.
상간자에 대한 소송이 상간자와 배우자 간 관계에 균열을 내는 단초가 되는 이유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남한테 전가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상간자는 소송을 당하면 자신의 잘못을 배우자한테 전가시키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멀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 사랑이 깊어진다고, 소송이 두 사람의 관계를 더 애틋하게 만드는 악수가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소송의 온도를 잘 정하고 유지하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상간자에 대한 소송의 효과를 높이려면 가압류를 같이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간자의 집 주소가 파악되는 경우, 등기부 열람을 통해 상간자 명의 부동산이라면 부동산가압류도 같이 하면 소송을 하는 효과를 높일수 있죠.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인 조치가 최선은 아니고 소송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소송 전에 해결 방법이 뭐가 있는지 알아보고, 소송은 최후로 고려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최선입니다.
초상권의 개념을 살펴보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하고,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권리를 말합니다.
따라서 타인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는 사진을 촬영하거나 공표하고자 하는 사람은 피촬영자로부터 촬영에 관한 동의를 받고 사진을 촬영해야 합니다.
문제는 피촬영자로부터 동의를 받긴 받았는데, 사진 사용 범위가 동의 범위 내에 있는지 애매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도 피촬영자의 촬영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진을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피촬영자의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관련된 사건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원고는 쇼핑몰 모델로서 장신구 판매업을 하는 회사와 촬영계약을 체결하고 회사가 만든 제품을 착용하고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모델은 총 9회에 걸쳐 회사가 판매하는 장신구를 목, 귀, 손, 팔 등에 착용하여 장신구가 부각될 수 있는 자세를 취한 상반신 사진들을 촬영했고 회사로부터 모두 405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모델이 초상권 침해를 주장하는 사진만 1,000장을 상회하는데 사진을 보면 대부분 모델의 얼굴을 포함하고 있거나 피사체가 모델임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모델은 회사와 촬영계약을 체결하고 약 1년 후 연예매니지먼트 회사와 연예인 전속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약 1년 5개월 후에 회사에 촬영계약의 해지를 통보했고 사진들에 대한 사용 허락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사진사용의 중지를 요청했습니다.
한편 촬영계약에는 모델과 회사가 가지는 각 권리를 정해놨는데요.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회사에 있고 회사는 촬영본을 인터넷에 게시 및 출판할 수 있으나, 사진의 초상권은 모델에게 있다. 촬영본의 제3자에 대한 상업적인 제공 및 2차 가공은 불가능하며, 상업적 활용 및 제3자에 대한 제공이 필요할 경우 모델과 회사가 상호협의하여야 한다' 그러나 '촬영한 사진의 사용 기간'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소송까지 가게된 원인은, 회사가 자신이 판매하는 장신구를 착용한 모델의 사진을 촬영한 후 위 사진을 제3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 게재하여 사용한 사건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회사가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에는 기간의 제한 없이 모델이 촬영한 이 사건 사진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였다고 보아야 하는 것인지 여부입니다. 촬영계약에 모델과 회사 간 사진의 사용 기간에 대해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2심은 회사가 승소하였는데, 즉 촬영계약에 사진의 사용 기간에 대해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가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에는 기간의 제한 없이 모델이 촬영한 이 사건 사진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모델이 허용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사진사용이 모델의 초상권을 침해한다는 모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2심과 달랐습니다(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19116판결 초상권 침해금지 및 방해예방청구)
비록 회사가 사진 촬영에 대하여 모델의 동의를 받았고 촬영계약을 체결했고 촬영계약에서 사용 기간에 대해서 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모델이 사진촬영에 동의하게 된 동기 및 경위, 사진의 공표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관행, 당사자의 지식, 경험 및 경제적 지위, 수수된 급부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 사진촬영 당시 당해 공표방법이 예견 가능하였는지 및 그러한 공표방법을 알았더라면 당사자가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 다른 내용의 약정을 하였을 것이라고 예상되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에 피촬영자가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상 허용하였다고 보이는 범위를 벗어나 이를 공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에 관하여도피촬영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 피촬영자로부터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를 받았다는 점이나, 촬영된 사진의 공표가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에 피촬영자가 허용한 범위 내의 것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그 촬영자나 공표자에게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촬영계약에 사진 사용 기간에 대해서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회사가 모델이 촬영한 사진에 포함된 장신구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이면 기간의 제한 없이 회사에게 이 사건 사진으 사용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이 사건 사진의 광범위한 유포 가능성에 비추어 모델의 이 사건 사진에 관한 초상권을 사실상 박탈하여 모델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 주장처럼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명시적 약정 내지 그에 준하는 사정의 증명이 있어야 이를 인정할 수 있고 그 입증책임은 회사한테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파기되어 2심에서 다시 재판이 진행 중인데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이유와 같이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사건처럼 모델로서 촬영계약을 체결하고 그 후 유명해지거나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그 때 촬영한 사진이 더 이상 상업적으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에 사후에 촬영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촬영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해지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처음에 촬영계약에 서명할 때 모델이나 회사 모두 꼼꼼하게 계약의 내용을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모델과 회사는 각자 자신한테 유리하게 계약의 내용을 주장하면서 분쟁이 발생하고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는데요. 처음에 계약을 체결할 때 권리와 의무사항을 꼼꼼하게 살펴서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후에 분쟁이 생기면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은 최대한 주장하고 입증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