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신탁법 제71조는 수익자가 여럿인 경우 수익자 의사의 결정 방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 신탁법에서는 수익자가 여러 명인 경우 의사의 결정 방법에 관하여 규정이 없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신탁법 제71조 (수익자가 여럿인 경우 의사결정 방법)

① 수익자가 여럿인 신탁에서 수익자의 의사는 수익자 전원의 동의로 결정한다. 다만, 제61조 각 호의 권리는 각 수익자가 개별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② 신탁행위로 수익자집회를 두기로 정한 경우에는 제72조부터 제74조까지의 규정에 따른다.

③ 제1항 본문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따라서 수익자가 여럿인 경우 신탁계약서에 수익자의 의사표시 결정방법에 관하여 각자 행사하기로 정하였다면 각자 행사하면 되지만, 만약 수익자의 의사표시 결정방법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다면 신탁법에 의해 수익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수익자의 의사는 수익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위 규정이 실무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실제 사례를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사안은 위탁자인 시행사가 신탁회사와 부동산담보신탁계약과 대리사무계약을 체결하였고, 12개 금융기관의 대주단이 1순위 우선수익자, 시공사가 2순위 우선수익자인 사례입니다.


위탁자겸 수익자인 시행사가 12개 금융기관인 대주단에 대한 대출 채무의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 신탁부동산을 공매절차에 부쳤으나, 모두 유찰되었습니다.


그래서 신탁사가 마지막으로 수의매매계약을 통해 신탁부동산을 환가처분하였습니다. 그리고 신탁사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매각대금으로 신탁사가 신탁보수라고 판단한 금액을 먼저 선 공제하고 12개 금융기관인 대주단에 대해 채권액 비율대로 정산해주면서 정산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10일 이내에 신탁사에 이의를 제기하라고 했습니다.


위 사안에서 12개 금융기관 중 한 곳만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였고, 나머지 11개 저축 은행들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 12개 금융기관인 대주단 전원이 신탁사를 상대로 정산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결론부터 살펴보면 재판부는 신탁사의 대주단에 대한 정산결과 통보에 대해 계산 승인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대주단 중 한 곳만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의를 하지 않은 나머지 대주단 11개까지 포함하여 대주단 전원에 대하여 계산 승인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 것입니다.


이유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이 사안에서 계산승인권의 행사는 수익자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데, 수익자가 여럿인 신탁에서 계산승인권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수익권은 크게 자익권과 공익권으로 구분되는데, 자익권은 급부수령권을 의미하고, 공익권은 단체법적 권리를 의미하며 공익권은 다시 신탁감독적 권능과 신탁운영권으로 나누어집니다.


신탁운영권에는 신탁재산의 관리방법의 변경, 신탁약관의 변경 기타 신탁의 구조조정, 신탁위반 처분행위에 대한 취소 여부, 신탁의 해지결의, 신탁의 해지청구, 신탁종료시 계산의 승인 등이 포함됩니다.


공익권 중에는 수익자가 단독으로 권리를 행사하여도 수탁자의 신탁사무처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권리( 서류열람청구권, 신탁사무에 대한 설명요구권 등), 수익권의 행사가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 권리(수탁자의 해임청구, 필요한 처분을 구하는 경우 등), 신탁재산의 보전을 위한 공익권(신탁재산에 대한 손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 신탁재산의 변경을 이유로 한 원상회복청구권, 분별관리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 원상회복청구권 등)은 수익자가 단독으로 행사 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신탁종료의 계산의 승인은 수익자가 신탁운영을 결정하는 신탁운영권이라고 할 수 있고 수익자 전원의 의사로 행사해야 하는데, 한 곳이 이의를 하였기 때문에 수익자 전원이 승인을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결국 계산 승인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신탁사가 패소한 사건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15나2025011, 대법원 2016다204585).


현행법은 수익자가 여럿인 경우 수익자 의사표시에 관하여 전원의 동의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다만 위 판례에서 단독 행사를 인정한 권리들은 대체로 개별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실제 규모가 큰 신탁계약에서는 수익자가 여럿인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수익자 의사 결정방법에 관하여 분쟁이 잦습니다. 특히 수익자들간 이해관계가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탁 중이거나 신탁 종료 후 법률행위 효력 발생 여부를 두고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합의된 신탁계약서와 신탁법에 비추어 자신에게 유리한 법리적 해석을 이끌어내어 잘 다투는 것이 권리를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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