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는 신탁법에 따라 선관의무, 충실의무, 이익에 반하는 행위 금지의무, 공평의무, 이익향수금지의무, (신탁재산과  고유재산 간) 분별관리의무 등을 부담합니다. 

 

그리고 (종류를 불문하고)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 신탁계약서에도 신탁사의 선관의무 조항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고, 따로 신탁사의 의무에 해당하는 조항을 넣지 않더라도 신탁법을 준수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신탁사는 신탁법에서 정한 의무는 여전히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실제 문제가 생겨도 신탁사의 의무위반을 입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신탁사가 고의로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는 사실 상정하기 쉽지 않고 신탁사 입장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업무를 처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항상 문제가 생기면 신탁사를 공동피고로 (거의) 무조건 넣어서 소송을 제기하지만, 신탁사의 의무위반을 인정받거나 신탁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신탁사의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네요. 이 사건은 차입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주상복합건물을 신축분양하는 사업인데, 신탁사가 직접 분양계약의 분양자로서 수분양자와 계약을 체결한 점이 특이하고 중요합니다. 물론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사업주체가 될 뿐만 아니라 사업비 조달의무도 부담하는 신탁상품이므로, 실무상 많이 체결되는 관리형 토지신탁과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관리형 토지신탁도 신탁사가 사업주체가 되는 점은 차입형과 동일해요.

 

판결 사안은, 주상복합 건물을 분양받았는데 어떤 점포는 내부에 기둥이 있는데도, 내부에 기둥이 없는 점포와 분양가가 동일했고, 내부에 기둥이 있어서 전용면적의 사용 등에 제한을 받는 손해를 받았다, 그런데도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기둥이 있는 점포라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위반이므로 신탁사와 위탁자는 기둥이 있는 점포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들한테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입니다. 

 

1심에서는 수분양자들인 원고가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원고들의 일부승소(어떤 원고들은 청구한 금액 전부를 인용받기도 함) 판결이 나왔고, 이 판결은 상고하지 않고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나2036470). 

 

판결이유를 보면 피고들의 고지의무위반을 인정됐습니다.
신탁사의 의무위반이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하고
만약 신탁사를 상대로 의무위반을 다투어야 한다면 꼭 참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래는 판결 이유입니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그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널리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하여도 인정될 수 있고, 일단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이미 알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고지할 의무가 별도로 인정될 여지가 없지만, 상대방에게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인정되거나 거래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실제 그 대상이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상대방에 대하여는 비록 알 수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점을 들어 추후 책임을 일부 제한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고지할 의무 자체를 면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 5829, 5836 판결 등 참조).

2)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점포 내 기둥의 존재, 위치, 크기 등에 관하여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이 사건 건물과 같이 상당한 규모의 상가건물 내부에는 하중을 지탱하기 위한 건축적 필요에 의하여 기둥이 설치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벽면이 기둥의 중심을 지나게 하여 점포 내부에 침범하는 면적을 최소화하고 벽으로 이웃한 점포들이 기둥에 의하여 침범되는 전용면적을 서로 같거나 비슷하게 하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별지 도면에 나타난 바와 같은 원고들이 분양받은 이 사건 각 점포와 인접 점포의 현황, 이 사건 각 점포 내 기둥의 위치와 형태, 면적 등에 비추어 보면, 거래관행상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점포 내 기둥의 존재나 크기 등에 관하여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

 - 그러나 위 도면에는 위 '□' 표시가 기둥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만한 별도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정확한 크기나 면적이 표시되어 있지도 않았다['층별 평면도(B1~2층)'(갑 제12호증) 등도 마찬가지이다]. 피고 측 분양상담직원도 위 '□' 표시가 기둥을 의미하는지 몰랐고, 이를 안내하라는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하였다. 그렇다면 위 '□' 표시만으로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점포 내에 기둥이 존재하는지, 어느 정도 크기의 기둥이 어느 위치에 설치되는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이 사건 각 점포와 내부에 기둥이 없는 인접 점포의 평당 분양가가 동일하다. 이는 피고가 이 사건 각 점포의 평당 분양가를 정함에 있어 점포의 위치, 엘리베이터 등과의 접근성, 유동인구 등을 고려하였을 뿐, 점포 내 기둥의 존부나 위치, 크기 등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점포 내부에 기둥이 존재하는 경우 그 부분은 사용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시야나 채광, 공간 활용, 동선 등에 제약을 가져오고 그로 인해 교환가치 또는 사용가치, 업종 전환 등의 호환성, 임대료 수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사건 각 점포의 경우 내부에 설치된 기둥의 위치와 형태, 면적 등에 비추어 기둥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내부의 공간 활용 및 동선이 제한되고 가시성이 방해되며, 그로 인하여 교환가치나 사용가치 등도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각 점포 내 기둥의 존재나 크기 등을 알았더라면 적어도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서 정한 분양대금 등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각 분양계약 제20조(유의사항)에 "타입이나 호실에 따라 내/외부 창호, 붙박이장, 주방가구 등의 크기, 구성, 형태, 기둥의 유무 및 크기 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는 기재가 있고, "위 유의사항 등에 대하여 반드시 사전에 숙지하시기 바라며, 추후 미확인에 따른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라는 기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수분양자들에게 점포 내부에 기둥이 존재할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을 환기시켜 신중하게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서 분양계약서에 일반적으로 기재되는 내용으로 보일 뿐, 위 문구만으로는 원고들과 같은 수분양자들에게 스스로 기둥의 존재나 크기 등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원고들에게 기둥의 존재나 크기 등을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고지의무 자체를 면하게 된다거나 그 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등을 면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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