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가 자금집행 순서를 신탁계약에 위반하게 집행한 경우 수탁자의 신탁법상 선관의무 등 위반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수탁자가 시공사, 시행사와 부동산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하였고, 시행사를 위탁자 겸 수익자로, 시공사를 우선수익자로 정하였습니다.

 

2. 신탁계약 특약사항에서는 '우선수익자는 수익자보다 우선하여 신탁원본 및 신탁수익을 수취할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3. 수탁자는 시행사와 자금관리대리사무계약을 통해 수탁자가 이 사건 아파트 개발사업의 자금을 관리하기로 하고 자금관리계좌를 개설하였고, 위 자금관리계좌에 입금된 돈이 이 사건 신탁계약의 우선수익권 지급 재원 중 일부를 구성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4. 시행사와 시공사에 대한 연대보증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시행사와 시공사가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라 수탁자로부터 지급받을 수익금 또는 신탁재산지급청구권과 이와 관련한 부수채권 중 청구채권 금액에 대한 가압류결정이 있고, 그 결정정본이 수탁자에게 송달되었습니다. 그리고 시행사에 대한 채권자들이 판결금 채권에 기초하여 시행사의 수탁자에 대한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수입금 반환채권 중 청구채권 금액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그 압류 및 추심명령이 수탁자에게 송달되었습니다. 

 

5. 이에 수탁자는 자금관리계좌에 있는 금액을 민사집행법 248조 1항에 따라 공탁하였습니다. 이후 수탁자가 우선수익자인 시공사한테 지급되어야 할 돈인데 시행사에게 지급의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공탁하였다고 주장하며 공탁 불수리신청을 하였으나, 결국 특별항고를 거쳐 수탁자의 공탁이 수리되었습니다. 수탁자가 다시 이 사건 공탁원인을 변경해 달라고 공탁서정정신청을 하였으나 그 정정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사건 공탁금은 배당기일에 시행사의 채권자들에게 배당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수탁자의 선관의무 위반이 인정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금관리계좌에 있는 금액은 이 사건 신탁계약과 자금관리계약에 따라 우선수익자인 시공사한테 지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수탁자가 수익자인 시행사한테 위 돈을 지급할 채무가 있다고 잘 못 판단하여 피압류채권을 '시행사에 대한 이 사건 자금관리계약상의 채무'라고 특정하여 민사집행법 248조 1항에서 정한 공탁을 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공탁은 신탁법 32조 등이 정한 수탁자로서의 선관의무 등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 공탁으로 인해서 이 사건 자금관리계좌에서 인출된 금액만큼 신탁재산이 감소하였으므로 신탁재산에 손해가 발생하였고, 설령 그 후 배당 혹은 배당이의절차에서 시공사와 시행사에 대하여 연대보증채권을 가진 채권자가 배당을 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우선수익자인 시공사가 손해를 피할 가능성이 있었더라도 이는 사후적 회복이 될 수 있을 뿐이고, 수탁자의 선관의무 등 위반으로 신탁재산에 손해가 발생하였음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수익자인 시공사는 신탁법 제43조 제1항에 따라 수탁자를 상대로 신탁재산 원상회복청구를 할 수 있고, 이 사건에서 시공사의 청구는 인용되었습니다. 

 

 

【판결요지】

신탁법 제43조 제1항은 “수탁자가 그 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긴 경우 위탁자, 수익자 또는 수탁자가 여럿인 경우의 다른 수탁자는 그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수탁자가 신탁법 제32조에 따른 선관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겼다면, 위탁자, 수익자, 또는 수탁자가 복수인 경우에는 의무를 위반한 수탁자가 아닌 다른 수탁자 중 누구라도, 의무를 위반한 수탁자를 상대로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이란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청구권자에게 신탁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한다는 뜻이 아니라, 신탁재산이었던 원물을 다시 취득하여 신탁재산에 편입시킴으로써 신탁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의무를 위반한 수탁자가 부담하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 의무는 그 편입 대상인 원물이 금전인 경우라도 단순히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금전채무와는 구별된다. 그러므로 신탁법 제43조 제1항에 따른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원인으로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없다.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7다269442 판결 [원상회복등청구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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