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법 48조 2항은 수탁자가 신탁사무처리 비용상황청구권과 신탁보수청구권을 변제받기 위해 일정한 요건하에서 신탁재산을 매각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행사하는 수탁자의 신탁재산 매각을 자조매각권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수탁자가 자조매각권을 행사하는 방법인데, 일반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해 공매절차를 진행하여 처분하고, 공매 절차 개시 후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공매나 수의계약으로 신탁재산을 매각하면 신탁부동산이 감정가보다 낮게 처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탁부동산의 원 소유권자였던 위탁자는 자조매각권을 막으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위탁자가 수익자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위탁자든 수익자든 신탁재산의 귀속권리자로 지정된 자는 수탁자의 자조매각권을 막기위하여 처분금지가처분 등을 신청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1. 피보전채권
신탁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이 인정되려면 피보전채권과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위탁자가 수익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신탁 실무에서는 신탁재산의 귀속권리자인 수익자(위탁자)의 피보전채권은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있습니다. 수익자(위탁자)는 수탁자에게 비용 등을 지급하고 신탁재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판례가 수익자의 수탁자에 대한 신탁부동산의 처분금지가처분신청에서 판시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수탁자가 신탁종료 후 비용보상 등을 받기 위하여 신탁재산에 대하여 자조매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신탁재산의 귀속권리자로 지정된 수익자의 신탁재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부존재하거나 소멸한다고 볼 수는 없고, 수익자는 수탁자가 비용보상 등을 받기 위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자조매각권(自助賣却權)을 행사하여 이를 처분하기 전에 수탁자에게 비용 등을 지급하고 신탁재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 수탁자가 신탁종료 후 비용보상 등을 받기 위하여 신탁재산에 대하여 자조매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신탁재산의 귀속권리자로 지정된 수익자는 수탁자에 대하여 비용보상의무 등을 아직 이행하지 아니한 상태라 하더라도 신탁재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그 신탁재산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할 피보전권리가 있다' 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판례는 수탁자가 비용보상청구권을 변제받기 위해 자조매각권을 행사한 사안인데, 위탁자가 이를 막기 위해 신탁부동산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한 것입니다. 위탁자의 피보전채권으로 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인정했는데, 중요한 것은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수익자가 비용보상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신탁재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할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한 것입니다.
2. 보전의 필요성
다음으로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살펴보면, '나아가 수탁자가 채무변제를 받고서도 신탁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그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할 수 있다' 고 하여 보전의 필요성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2006다60991, 2006다62461).
실제 사안에서는 보전의 필요성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살펴볼까요.
이 사건은 처분금지가처분을 구하는 채권자인 수익자가 신탁종료 후 약 5년의 기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탁종료일까지의 비용 및 보수 원금을 상당한 기간 내에 변제할만한 자력도 없고 신탁재산의 가액이 위 비용 및 보수 상당액을 상회한다는 소명자료도 제출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탁자가 잔존 신탁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채무 및 각종 비용을 지출하고 해마다 비용이 추가된다고 주장하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익자가 수탁자에게 그 채무 전액을 상당한 기간 내에 임의 상환하고 신탁재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사정 등에 의하여 결국 보전의 필요성이 부정되었습니다.
이 사안에서 판례가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하면서 설명한 내용을 통해 어떤 경우에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를 추측할 수 있는데요.
신탁재산의 귀속권지라로 지정된 수익자가 신탁 관련 채무를 모두 임의 이행하고, 신탁재산의 가액이 위 채무액을 상회하며, 수탁자가 오히려 수익자의 비용보상의무 등의 범위에 관하여 다투고 있는 사정 등이 있어서 수탁자가 신탁관련 채무의 변제를 받고서도 신탁재산을 부당히 처분할 염려 등을 소명한다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3. 마지막으로 신탁재산 처분을 막기위한 방법으로 가처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볼게요.
가처분 종류만 다를뿐, 수탁자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이나 우선수익자에 대한 처분요청금지가처분 등은 모두 신탁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피보전채권을 법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받기 위하여 채권자 측에서 소명해야 하는 내용도 비슷하다고 보입니다.
신탁부동산에 대한 부당한 처분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다양한 가처분을 검토해야 하는데,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을 법리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탁재산이 공매나 수의계약으로 처분되는 것을 막아야 신탁재산이 감정가보다 낮게 처분되는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 신탁부동산과 관련된 가처분 사건에서는 그게 신탁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이든 신탁관계인들에 대한 가처분이든, 피보전채권과 보전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소명해야 하는지 등이 문제됩니다. 결국 피보전채권을 법리적으로 어떻게 구성하고, 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얼마나 잘 소명했는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데, 실제 신탁 가처분 사건을 해보면 소명이라고 하지만 본안 소송에서의 입증에 준할 정도로 요구하는 것이 현재 재판 실무입니다. 그만큼 신탁법리에 따라 법리 구성을 꼼꼼히 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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