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건물이란 1동의 건물을 구분하여 각 부분마다 각 소유권이 성립하는 형태의 건물을 말합니다. 이때 성립하는 소유권을 구분소유권이라고 하고, 아파트, 공동주택, 상가, 오피스 등에서 구분소유형태의 건물이 많습니다.
1동의 건물의 일부분이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되려면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이용상 독립성이 있어야 하고 구조상으로도 다른 부분과 구분되는 독립성이 있어야 합니다.
구분소유권의 객체로서 적합한 물리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건물의 일부에는 구분소유권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건축물관리대장상 독립한 별개의 구분건물로 등재되고 등기부상에도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등기되어 있어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구분건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구분소유권이 등기되고 그 등기에 기초해서 경매나 공매절차가 진행된 경우, 매수대금을 납부했더라도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9마1449결정 참조).
그런데 이렇게 되면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 구분소유권등기를 믿고 매매대금까지 납부한 매수인 입장에서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됩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A개발회사는 상가를 신축하였는데, 2층 상가 중 일부인 30개 점포에 관하여 각 구분건물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당시 각 점포는 바닥 중 일부에 검은색 테이프로 구획선 표시가 되어 있거나 1.4미터 높이의 이동식 경량 파티션으로 일부 구역이 나뉘어져 있을 뿐, 별다른 경계표시나 호수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즉, 구분소유권의 객체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 후 위 30여개 점포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모두 설정되었고, 경매 또는 공매절차를 통해서 모두 매각되거나 공매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피고인 B 회사가 최종적으로 각 점포를 모두 매수해서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10여 년이 흐른 후, A회사는 30여개의 각 점포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 당시 구분건물로서의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소유권보존등기 이후의 등기는 모두 무효이고 자신이 여전히 원시취득자로서 소유자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인 B회사를 상대로 각 점포에 관한 멸실등기이행청구와 점유부분에 대한 인도청구를 구하였습니다.
사실관계만 들어보면, A의 주장이 부당하고 B가 억울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판결의 결과는 계속 바뀌었는데, 1심에서는 A가 패소하였으나 2심에서는 A가 일부 승소하였고 대법원에서 B승소 취지로 파기환송되어 최종적으로 B가 승소하였습니다(2015다3471).
A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이유는, 구분소유권의 객체는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만약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설령 등기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무효이고 무효인 등기에 기초한 경매에서 대금을 납부한 매수인이라고 하더라고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즉, 구분건물이 소유권보존등기 당시에는 구분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장차 그러한 요건을 갖추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하다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 않는 이상 각 구분건물에 설정된 근저당권설정계약이 무효라고 볼 수 없고, 원고 A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저당권자들에게 각 점포가 구분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출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 원고 A회사가 도리어 구분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을 들어 거래상대방을 상대로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정의관념에 반하고, 전전양수인인 B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부가적인 사정을 더 살펴보면, 현재 B가 점유하고 있는 30여개 점포가 구분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요건을 갖추면 B회사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구분건물에 관한 등기로서 유효한 것으로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원고 A회사가 30여개 점포에 대한 경매나 공매절차에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뒤 무려 10년이나 경과한 시점에서 B에 대해 멸실등기청구와 인도청구를 제기하였다는 사정도 A의 행위가 신의칙위반이라고 평가하는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판례는 소유권보존등기 당시에는 구분소유권의 객체로서 적합한 물리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어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구분건물에 관한 매매계약이나 근저당권설정계약이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소유권보존등기 명의자는 매매계약 등에 따라 매수인 또는 근저당권자에게 당해 목적물이 구분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출수 있도록 해주어야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현실적으로 구분소유권으로 등기하는 시점과 물리적 요건을 갖추는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그러한 구분소유권등기를 모두 무효라고 보고 그 등기에 기초한 사후적인 계약을 모두 무효라고 판단하면 거래의 안정을 해치고 거래상대방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거래상대방과 거래의 안정을 더 보호하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매나 경매에서 직접 낙찰을 받은 매수인이거나 그 매수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전전매수하여 취득한 매수인이 대금을 모두 납부하고 구분소유권등기를 모두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나중에 보존등기자로부터 구분건물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멸실등기이행청구나 건물인도청구를 당하게 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원고행위가 신의칙 위반이라고 항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신의칙위반이라는 항변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적당하게 억울하다는 사정만을 들어서 항변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유의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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