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권은 헌법에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로 인정하는 것이 판례입니다. 

 

초상권의 개념을 살펴보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하고,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권리를 말합니다. 

 

따라서 타인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는 사진을 촬영하거나 공표하고자 하는 사람은 피촬영자로부터 촬영에 관한 동의를 받고 사진을 촬영해야 합니다.

 

문제는 피촬영자로부터 동의를 받긴 받았는데, 사진 사용 범위가 동의 범위 내에 있는지 애매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도 피촬영자의 촬영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진을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피촬영자의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관련된 사건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원고는 쇼핑몰 모델로서 장신구 판매업을 하는 회사와 촬영계약을 체결하고 회사가 만든 제품을 착용하고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모델은 총 9회에 걸쳐 회사가 판매하는 장신구를 목, 귀, 손, 팔 등에 착용하여 장신구가 부각될 수 있는 자세를 취한 상반신 사진들을 촬영했고 회사로부터 모두 405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모델이 초상권 침해를 주장하는 사진만 1,000장을 상회하는데 사진을 보면 대부분 모델의 얼굴을 포함하고 있거나 피사체가 모델임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모델은 회사와 촬영계약을 체결하고 약 1년 후 연예매니지먼트 회사와 연예인 전속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약 1년 5개월 후에 회사에 촬영계약의 해지를 통보했고 사진들에 대한 사용 허락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사진사용의 중지를 요청했습니다. 

 

한편 촬영계약에는 모델과 회사가 가지는 각 권리를 정해놨는데요.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회사에 있고 회사는 촬영본을 인터넷에 게시 및 출판할 수 있으나, 사진의 초상권은 모델에게 있다. 촬영본의 제3자에 대한 상업적인 제공 및 2차 가공은 불가능하며, 상업적 활용 및 제3자에 대한 제공이 필요할 경우 모델과 회사가 상호협의하여야 한다' 그러나 '촬영한 사진의 사용 기간'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소송까지 가게된 원인은, 회사가 자신이 판매하는 장신구를 착용한 모델의 사진을 촬영한 후 위 사진을 제3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 게재하여 사용한 사건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회사가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에는 기간의 제한 없이 모델이 촬영한 이 사건 사진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였다고 보아야 하는 것인지 여부입니다. 촬영계약에 모델과 회사 간 사진의 사용 기간에 대해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2심은 회사가 승소하였는데, 즉 촬영계약에 사진의 사용 기간에 대해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가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에는 기간의 제한 없이 모델이 촬영한 이 사건 사진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모델이 허용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사진사용이 모델의 초상권을 침해한다는 모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2심과 달랐습니다(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19116판결 초상권 침해금지 및 방해예방청구)

 

비록 회사가 사진 촬영에 대하여 모델의 동의를 받았고 촬영계약을 체결했고 촬영계약에서 사용 기간에 대해서 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모델이 사진촬영에 동의하게 된 동기 및 경위, 사진의 공표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관행, 당사자의 지식, 경험 및 경제적 지위, 수수된 급부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 사진촬영 당시 당해 공표방법이 예견 가능하였는지 및 그러한 공표방법을 알았더라면 당사자가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 다른 내용의 약정을 하였을 것이라고 예상되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에 피촬영자가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상 허용하였다고 보이는 범위를 벗어나 이를 공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에 관하여도 피촬영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 피촬영자로부터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를 받았다는 점이나, 촬영된 사진의 공표가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에 피촬영자가 허용한 범위 내의 것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그 촬영자나 공표자에게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촬영계약에 사진 사용 기간에 대해서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회사가 모델이 촬영한 사진에 포함된 장신구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이면 기간의 제한 없이 회사에게 이 사건 사진으 사용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이 사건 사진의 광범위한 유포 가능성에 비추어 모델의 이 사건 사진에 관한 초상권을 사실상 박탈하여 모델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 주장처럼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명시적 약정 내지 그에 준하는 사정의 증명이 있어야 이를 인정할 수 있고 그 입증책임은 회사한테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파기되어 2심에서 다시 재판이 진행 중인데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이유와 같이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사건처럼 모델로서 촬영계약을 체결하고 그 후 유명해지거나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그 때 촬영한 사진이 더 이상 상업적으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에 사후에 촬영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촬영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해지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처음에 촬영계약에 서명할 때 모델이나 회사 모두 꼼꼼하게 계약의 내용을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모델과 회사는 각자 자신한테 유리하게 계약의 내용을 주장하면서 분쟁이 발생하고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는데요. 처음에 계약을 체결할 때 권리와 의무사항을 꼼꼼하게 살펴서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후에 분쟁이 생기면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은 최대한 주장하고 입증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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