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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같은 온라인 메세지로 명예훼손 행위를 하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것이므로 형법상 명예훼손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됩니다. SNS나 인터넷을 이용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이런 내용은 많이들 알고 계시죠.


단체 채팅방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쓰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단체 채팅방에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나의 프로필 상태 메세지에 글을 쓴 것도 혹시 문제될 수 있을까요. 언뜻 생각하면 프로필 상태메세지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실제로 문제된 사안을 보겠습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인 A는 학부모이고 피해자 B는 초교 3학년 4반에 다니는 피고인 자녀의 친구입니다. 피해자 B가 피고인 A의 자녀를 괴롭히자 피해자B가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에 회부되었고 그 위원회에서 피해자 B에 대하여 '피해학생(A의 자녀)에 대한 접촉, 보복행위 금지' 등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러자 A가 자신의 카톡 프로필 상태메세지를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주먹 그림 세개)' 라는 내용으로 설정한 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A가 B의 이름을 특정하지도 않고 자신의 프로필 상태메세지에 글을 쓴 것 뿐인데 이것이 B에 대한 명예훼손이냐가 문제된 이유는,

A는 3학년 4반 학부모들이 가입되어 있는 단체카톡방에 들어가 있었고, 당시 B에 대한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가 개최된 전후 사정 등을 모두 알수 있는 상황이므로, A가 카톡 프로필의 상태메세지에 쓴 내용은 학부모들 단체카톡방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고, A가 쓴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 라는 내용을 보고 3학년 4반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B에 대한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의 처벌 내용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A가 자신의 카톡 프사 상태메세지에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의 처분내용을 적시함으로써, A가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B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피해자 측 주장입니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계속 바뀌었습니다.

1심에서는 A의 카톡 프사 상태메세지에 의하여 단톡방에 등록된 3학년 4반 학부모들은 피해자 B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 수 있고, 피고인 A한테 단순히 일반적인 학교폭력방지 목적이라기보다는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하여 명예훼손 유죄를 인정하였습니다.

2심도 피고인 A가 카톡 프로필 상태메세지에 쓴 글을 게시한 경위와 동기, 그 게시글의 구체적인 내용과 표현방법, 게시기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가 피해자 B를 비방할 목적으로 피해자 B에 대한 사실을 공연히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을 인정하여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결과가 바뀌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 A가 쓴 글인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 라는 글에 관하여 다르게 판단하였습니다.

① 먼저 A가 특정인을 '학교폭력범'으로 지칭한 것이 아니고, ② A가 '학교폭력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실제 B가 일으킨 학교폭력 사건에 관해 언급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③ '접촉금지'라는 어휘는 통상적으로 '접촉하지 말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되므로 A가 쓴 글만으로는 B에게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에서 내려진 처분의 내용(피해학생에 대한 접촉의 금지)이 B와 같은 반 학생들이나 그 학부모들에게 알려졌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A가 카톡 상태메세지에 쓴 글만으로는 B에 대한 학폭대책 자치위원회의 처분내용이 공개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명예훼손이 안된다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A가 상태메세지를 바꾸면 3학년 4반 학부모들은 단톡방에서 A의 상태메세지를 보고 B에 대한 자치위원회 처분내용을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 B에 대한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가 개최되었다는 사실을 같은 반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모를리도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1심과 2심에서는 명예훼손을 유죄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단체 카톡방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쓴 것이 아니고 단순히 자신의 프로필 상태메세지에 글을 썼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이라고 본다면, 그리고 그 사실이 허위도 아니고 사실적시라면 그러한 행위까지 명예훼손이라고 보아 유죄로 판단해서 전과자를 만드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표현의 자유도 명예훼손이 보호하는 인격권처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해당하고 민주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보호할 것이 요청되기 때문이죠.

현실적으로 카톡 프사 메세지에 쓴 글이 그 글을 쓴 시기, 게시기간 등 타이밍에 비추어 무엇을 암시하는지 알 수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결국 의견이 대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에 부합하는 근거도 있고,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주장에 부합하는 근거도 있습니다.


판례는 명예훼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사실을 드러내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는 사실을 드러낸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러한 요건이 충족되기 위해서 반드시 구체적인 사실일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특정 표현에서 그러한 사실이 곧바로 유추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현이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즉, 명예훼손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 사실적시'와 '피해자 특정'이 중요한 요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구체적 사실적시가 없다고 보아 명예훼손을 부정했지만 이 사건은 피해자의 특정을 문제삼을 여지도 있습니다.


결국 현실에서 명예훼손이 문제된다면, 정보통신망을 통한 행위든 실제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행위든, 명예훼손 피해를 당한 사람과 고소를 당한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그에 맞는 근거를 들어서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명백한 명예훼손 범행은 다툴 여지가 없으나, 현실은 명백한 범행보다는 애매모호한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명예훼손 법리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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