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도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리전증후군인 '병적절도'로 진단을 받기도 하는데, 생리기간에 순간적인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절도행위를 한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생리도벽을 주장하면 심신장애라고 판단하여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을까요.
생리도벽과 관련된 사례가 많지는 않습니다. 결국 생리도벽이라는 것은 심각한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것으로서, 생리도벽 외에 우울증 기타 정신병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에, 설령 심신장애라고 판단받더라도 생리도벽 그 자체만으로 심신장애라고 보아 무죄를 받는 것은 어렵습니다.
생리도벽에 의한 범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사례 1.
- 약 34년에 걸쳐 15회에 걸쳐 절도 등의 범행을 하여 기소유예처분, 소년부송치처분, 유죄 판결 등을 받은 전력 존재
- 피고인의 절도행위에 대한 진술
절취할 생각이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절도범행을 계속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저도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거나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훔치고 싶어 훔쳤습니다." 또는 "교도소에 갔다 오면 또 뭔가 마음이 이상해지면서 남의 물건에 욕심이 생기고 하였습니다. 저도 이상하게 마음이 울렁거리기만 하면 집에서 나가고 싶고, 나가보면 이상한 마음이 들어 물건을 훔치고 하였던 것입니다."라고 진술
- 피고인의 이전 범행에 대한 법원의 판단 중에 생리를 원인으로 인정한 판결도 존재
피고인은 생리 때만 되면 남의 물건을 훔치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일어나고, 위 범행 당시에도 생리중으로서 절도의 충동이 발동하여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는데 그 당시 피고인의 심리상태는 그 충동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사례 2.
- 약 18년에 걸쳐 5~10회에 걸쳐 절도 등의 범행에 대한 기소유예처분, 유죄판결 등을 받은 전력 존재
- 피고인의 절도행위에 대한 진술
"저도 모르게 남의 것만 보면 가지고 싶습니다. 제 마음을 저도 모르겠습니다.", "시장에 나가서 여자옷만 보면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나도 모르게 손이 가서 훔치게 됩니다. 저도 제 마음을 어떻게 자제할 수가 없습니다.", "나쁜 짓을 안한다고 다짐을 하는데 월경이 나오면 귀에 혹이 나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충동이 생기는데 내 마음이지만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번 죄를 저질렀는데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안 그런다고 마음을 굳게 다짐하고 저희 식구들도 제가 이상한 물건만 있으면 신경을 많이 쓰고 해서 마음을 굳게 다짐을 하는데 이번에도 왜 그랬는지를 정말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당장 죽는 병이 아니고 집안에 쓸 데도 많다 보니까 치료를 못받았습니다."
라는 등으로 진술
위와 같은 사안에서 대법원 판례는 피고인의 절도범행에 대하여 생리도벽으로 인한 심신장애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잘못되었다는 취지로 파기하였습니다.
대법원 판례가 설명한 이유를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로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성격적 결함을 가진 자에 대하여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에 장애를 가져오는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이 도벽의 원인이라거나 혹은 도벽의 원인이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매우 심각하여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절도 범행은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999. 4. 27. 선고 99도693, 99감도17 판결 참조).
위에서 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생리 기간 중에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의 심각한 충동조절장애에 빠져 남의 물건을 훔치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발동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하거나 미약한 상태에서 저지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되므로, 원심으로서는 전문가에게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감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과연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정신상태가 생리의 영향 등으로 인하여 그 자신이 하는 행위의 옳고 그름을 변별하고, 그 변별에 따라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그와 같은 능력이 미약해진 상태이었는지 여부를 확실히 가려보아야 하였을 터임에도 그러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만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있다.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2도1541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판결 참조).
생리도벽을 인정한 실제 사안과 대법원 판례의 판결이유를 보면, 절도 범행에 대하여 내가 생리전증후군 때문에 순간적인 충동에 의하여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즉 생리도벽을 주장하는 경우 그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위 사례처럼 생리도벽으로 인정받으려면 장기간에 걸쳐 충동조절장애를 겪고 있어서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에 장애를 가져올 정도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이 매우 심각하여 그것이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정도여야 생리도벽 주장이 인정되어 심신장애로 인해 책임능력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즉, 현실적으로는 이와 같은 책임조각 주장이 인정되어 무죄를 선고받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죠.
그러나 심신장애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만약 정말 심각한 충동조절장애에 의한 범행이라면 그것이 절도가 아닌 다른 범행일지라도 심신장애 주장을 할 것인지 자체는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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