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내밀하게 발생하는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인 경우가 많습니다. 범행 장소 주변 CCTV, 피해자와 가해자가 주고받은 통화, 문자 및 카톡 내역 등이 보통 증거로 제출됩니다.
형사 사건에서 유죄의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습니다. 즉, 피고인이 내가 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안 했는데, 안 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피고인이 범행발생 시각에 범행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주장, 입증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저질렀다는 입증책임을 부담하는데, 그 정도는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거에 의하여 입증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피해자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인 경우,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즉,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거의 유일한 결정적 증거였던 강제추행 사안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입니다(2017노352).
피고인 A는 밤 11시경 을지로입구역 부근에서 전단지를 배포하던 피해자 갑에게 접근해서 말을 걸고 같이 식사와 술을 마셨습니다. 새벽 1시 경 집에 가려는 피해자 갑한테 피고인 A는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면서 같이 A의 집 근처까지 갔고, 다시 갑에게 맥주를 마시자고 제안하여 A는 피해자 갑을 데리고 A의 오피스텔 안에 들어왔습니다. A는 새벽 3시에 집에 가려는 피해자 갑을 못 가게 하였고, 아침 10시경 A의 집에서 잠이 든 피해자 갑이 일어나자 피고인 A가 피해자 갑에게 입술을 맞추고 피해자 갑의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을 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를 만졌다는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되었습니다. 문제는 피고인 A가 피해자 갑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추행을 하였는지 여부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즉,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재판부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위 행위 이후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문자 메세지입니다. 위 행위 이후에 피고인이 먼저 집을 나갔는데, 피고인이 집을 나간 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문자 메세지를 여러 번 주고받았습니다.
주고 받은 문자 메세지 내용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정하게 문자 메세지를 주고받은 행위와 그 직전에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즉,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행동은 강제추행의 피해자가 전형적으로 보일법한 행위, 이를테면, 가해자에 대한 항의나 피해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 주변에 대한 도움 요청 등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인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을 얼마나 잘 탄핵하는지 여부가 피고인의 유무죄를 결정하는데 무척 중요합니다. 검찰이 제출하는 모든 증거에 대하여 꼼꼼하게 검토하여 하나하나 탄핵하고, 공소사실에서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인 부분을 집중 공격하고 적극적으로 다투는 변호인의 조력이 꼭 필요한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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