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에서 신탁된 건물의 관리비를 누가 부담하는지에 대해서 다툼이 많습니다. 집합건물에 대해서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이 적용되고, 일반적으로 그 집합건물의 관리규약에서도 관리비 부담의 원칙적인 의무자는 구분소유자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위탁자가 자신이 소유자로 되어 있는 부동산을 신탁하면, 신탁을 원인으로 하여 신탁회사(수탁자)에 소유권이 이전되기 때문에 수탁자가 구분소유자로서 관리비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신탁계약서에는 담보신탁이든 관리신탁이든 처분신탁이든 신탁의 종류를 불문하고, '관리비는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꼭 포함되어 있어서 그동안은 계약서상 이 조항을 이유로 신탁회사가 관리비 납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해석되어 왔습니다. 

 

 

한편 신탁원부의 대항력이라는 것이 있는데, 신탁등기를 신청할 때 신청서에 신탁계약서를 첨부하는 것이 실무입니다. 따라서 신탁원부는 등기된 '신탁계약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그리고 신탁법 4조 1항에서 '등기된 재산권에 관하여 신탁등기를 하면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한테 대항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것을 신탁원부의 대항력이라고 합니다.

 

 

정리하면, 신탁계약서를 신탁등기를 신청할 때 첨부해서 계약서가 등기되면, 신탁계약서를 신탁원부로 보기 때문에 '신탁원부의 대항력'에 의하여 신탁계약서에 기재된 내용은 선의, 악의를 불문하고 제3자한테 대항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운용되어 온 것입니다. 

 

 

따라서 관리비를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을 신탁계약서에 포함시키고 신탁계약서를 신탁등기를 신청할 때 첨부해서 같이 제출하여 신탁등기를 하면, '신탁원부의 대항력'에 의하여 신탁계약서의 기재된 내용과 달리 수탁자한테 관리비 납부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해석과 실무상 운용은 집합건물법과 상치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합건물 관리인, 집합건물 관리인의 채권을 양수받은 자 등은 끊임없이 수탁자를 상대로 관리비를 납부하라고 청구했던 것이죠.

 


이에 대하여 전원합의체 판례는 아니지만, 위탁자 측에 유리한 판례가 몇 년 전에 나왔습니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18. 9. 28. 선고 2017다273984 판결입니다. 

  

이 판결의 결론을 요약하면, 집합건물의 공용부분 체납관리비채무는 ① 수탁자와 수탁자로부터 공매나 수의계약을 통해 소유권을 이전받은 ② 제3자가 중첩적으로 인수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수탁자(신탁회사)는 신탁부동산을 공매나 수의계약을 통해 처분했다고 하더라도 공용부분에 대해서는 관리비 납부의무를 현재 소유자와 중첩적으로 부담한다고 하여 관리비 납부의무를 강화한 것이죠. 

 

 

판례가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집합건물법 18조에서 '공유자가 공용부분에 관하여 다른 공유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그 특별승계인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신탁된 집합건물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하였고 특히 신탁계약서에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어도 그 신탁계약서에 상관없이 공유자의 특별승계인(신탁회사, 제3자)은 공용부분에 대해서는 관리비 납부의무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사실상 집합건물법을 신탁계약서보다 우선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에 대해서만은 위탁자, 위탁자의 특별승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신탁회사, 그리고 공매나 수의계약을 통해 소유권을 취득한 자까지 관리비를 납부할 의무가 있고, 이전 구분소유자들이 공용부분 관리비를 체납했다면 모두 중첩적으로 인수하게 되므로, 관리비를 청구할 권리가 있는자는 신탁회사 등을 상대로 공용부분 체납관리비납부를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집합건물의 관리비에 대해서 분쟁이 있는 경우라면 유리한 법률, 판례를 꼼꼼하게 찾아보고 검토해서 적극적인 주장을 펼치는게 중요합니다. 


【판결요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의 입법 취지와 공용부분 관리비의 승계 및 신탁의 법리 등에 비추어 보면, 위탁자의 구분소유권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가 신탁계약에 따른 신탁재산의 처분으로 제3취득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고 신탁등기는 말소됨으로써, 위탁자의 구분소유권이 수탁자, 3취득자 앞으로 순차로 이전된 경우, 각 구분소유권의 특별승계인들인 수탁자와 제3취득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종전 구분소유권자들의 공용부분 체납관리비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등기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신탁부동산에 대한 관리비 납부의무를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3취득자는 이와 상관없이 종전 구분소유권자들의 소유기간 동안 발생한 공용부분 체납관리비채무를 인수한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 민법 제454, 신탁법 제2, 부동산등기법 제81조 제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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