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법상 자조매각권이 있습니다. 법에 자조매각권이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자조매각권을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조매각권이란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직접 매각하여 자신의 채권 변제에 충당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신탁회사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직접 처분해서 그 처분대금으로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직접 처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조매각권을 무분별하게 인정한다면 자칫 신탁재산이 부실해질 가능성도 있어서 자조매각권 요건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탁법상 수탁자는 비용상환청구권과 보수청구권에 기해서 자조매각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그렇더라도 수탁자에게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것은 비용상환청구권에 한하고 보수청구권에 대해서는 다른 채권자들에 대해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탁법]

제46조(비용상환청구권)

① 수탁자는 신탁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한 비용을 신탁재산에서 지출할 수 있다.

② 수탁자가 신탁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한 비용을 고유재산에서 지출한 경우에는 지출한 비용과 지출한 날 이후의 이자를 신탁재산에서 상환(상환)받을 수 있다.

③ 수탁자가 신탁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자기의 과실 없이 채무를 부담하거나 손해를 입은 경우에도 제1항 및 제2항과 같다.

④ 수탁자는 신탁재산이 신탁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에 부족하게 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수익자에게 그가 얻은 이익의 범위에서 그 비용을 청구하거나 그에 상당하는 담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수익자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 또는 수익자가 수익권을 포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⑤ 수탁자가 신탁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자기의 과실 없이 입은 손해를 전보(전보)하기에 신탁재산이 부족할 때에도 제4항과 같다.

⑥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에서 정한 사항에 대하여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사항이 있으면 그에 따른다.


제47조(보수청구권)

① 수탁자는 신탁행위에 정함이 있는 경우에만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신탁을 영업으로 하는 수탁자의 경우에는 신탁행위에 정함이 없는 경우에도 보수를 받을 수 있다.

② 보수의 금액 또는 산정방법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 수탁자는 신탁사무의 성질과 내용에 비추어 적당한 금액의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다.

③ 제1항의 보수가 사정의 변경으로 신탁사무의 성질 및 내용에 비추어 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법원은 위탁자, 수익자 또는 수탁자의 청구에 의하여 수탁자의 보수를 증액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

④ 수탁자의 보수에 관하여는 제46조제4항을 준용한다. 다만,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사항이 있으면 그에 따른다.

 

제48조(비용상환청구권의 우선변제권 등)

① 수탁자는 신탁재산에 대한 민사집행절차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절차에서 수익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신탁의 목적에 따라 신탁재산의 보존, 개량을 위하여 지출한 필요비 또는 유익비(유익비)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다.

수탁자는 신탁재산을 매각하여 제46조에 따른 비용상환청구권 또는 제47조에 따른 보수청구권에 기한 채권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 다만, 그 신탁재산의 매각으로 신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거나 그 밖의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법 48조 제2항에서 수탁자의 자조매각권이 인정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탁자가 자조매각권을 행사하는 방법인데,  결국 공매처분이나 수의계약으로 처분될 것이고 공매로 가면 신탁부동산이 감정가보다 낮게 처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신탁부동산의 원 소유권자였던 위탁자는 자조매각권을 막으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위탁자가 수익자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위탁자든 수익자든 신탁재산의 귀속권리자로 지정된 자는 수탁자의 자조매각권을 막기위하여 처분금지가처분 등을 신청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신탁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이 인정되려면, 피보전채권과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신탁재산의 귀속권리자인 수익자(위탁자)의 피보전채권은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수익자(위탁자)는 수탁자에게 비용 등을 지급하고 신탁재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판례가 수익자의 수탁자에 대한 신탁부동산의 처분금지가처분신청에서 판시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수탁자가 신탁종료 후 비용보상 등을 받기 위하여 신탁재산에 대하여 자조매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신탁재산의 귀속권리자로 지정된 수익자의 신탁재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부존재하거나 소멸한다고 볼 수는 없고, 수익자는 수탁자가 비용보상 등을 받기 위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자조매각권(自助賣却權)을 행사하여 이를 처분하기 전에 수탁자에게 비용 등을 지급하고 신탁재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 수탁자가 신탁종료 후 비용보상 등을 받기 위하여 신탁재산에 대하여 자조매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신탁재산의 귀속권리자로 지정된 수익자는 수탁자에 대하여 비용보상의무 등을 아직 이행하지 아니한 상태라 하더라도 신탁재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그 신탁재산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할 피보전권리가 있다' 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수익자가 비용보상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신탁재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할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한 것입니다.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살펴보면, '나아가 수탁자가 채무변제를 받고서도 신탁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그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할 수 있다' 고 하여 보전의 필요성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2006다60991, 2006다62461). 

 

 

실제 이 사안에서는 처분금지가처분을 구하는 채권자인 수익자가 신탁종료 후 약 5년의 기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탁종료일까지의 비용 및 보수 원금을 상당한 기간 내에 변제할만한 자력도 없고 신탁재산의 가액이 위 비용 및 보수 상당액을 상회한다는 소명자료도 제출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탁자가 잔존 신탁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채무 및 각종 비용을 지출하고 해다마 비용이 추가된다고 주장하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익자가 수탁자에게 그 채무 전액을 상당한 기간 내에 임의 상환하고 신탁재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사정 등에 의하여 결국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하였습니다. 

 

 

판례가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한 판시 내용을 검토해보면, 신탁재산의 귀속권지라로 지정된 수익자가 신탁 관련 채무를 모두 임의 이행하고, 신탁재산의 가액이 위 채무액을 상회하며, 수탁자가 오히려 수익자의 비용보상의무 등의 범위에 관하여 다투고 있는 사정 등이 있어서 수탁자가 신탁관련 채무의 변제를 받고서도 신탁재산을 부당히 처분할 염려 등을 소명한다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가처분의 종류가 다를뿐, 수탁자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이나 우선수익자에 대한 처분요청금지가처분 등이 모두 신탁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피보전채권을 법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받기 위하여 채권자 측에서 소명해야 하는 내용도 비슷하다고 보입니다. 

 

 

신탁부동산에 대한 부당한 처분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다양한 가처분을 검토해야 하고,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을 잘 구성하고 소명한다면 인정될 수 있고, 신탁재산이 감정가보다 낮게 처분되는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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