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에 관하여 부동산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 신탁계약서에 관리비 납부의무자를 명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신탁계약서는 일반적으로 위타자한테 상당히 불리하게 작성되어 있는데, 신탁사가 요율에 따른 신탁보수만 받기 때문에 신탁재산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험은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합의(계약)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신탁사의 리스크가 올라갈수록 신탁보수도 높아지고 신탁사의 책임도 많아지겠죠. 이것은 위탁자가 신탁사와 어떤 신탁 상품으로 신탁계약을 체결할지 선택할 문제입니다.

 

 

부동산에 대하여 가장 많이 체결하는 신탁계약이 담보신탁인데, 그 외에 다른 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비슷합니다. 문제는 신탁부동산이 집합건물일 경우에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과 관련하여 분쟁이 많습니다. 

 

 

즉, 집합건물법에서는 구분소유자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고, 구분소유자의 책임을 보면 집합건물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전유부분과 공용부분, 건물의 대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전유부분은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건물부분을 말하고, 공용부분은 전유부분 외의 건물부분, 전유부분에 속하지 아니하는 건물의 부속물, 공용부분으로 된 부속의 건물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대지사용권이란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말하고요. 

 

 

한마디로 공용부분은 전체 공유자의 이익에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는 건물의 적정한 유지, 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합건물법은 제18조에선  '공유자가 공용부분에 관하여 다른 공유자에게 가지는 채권은 그 특별승계인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승계인의 승계의사의 유무에 관계없이 공유자는 특별승계인한테 공용부분의 관리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집합건물의 관리규약은 꼭 넣고 있는데 그 관리규약도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판례입니다(2001다8677  전원합의체).

 

 

문제는 공용부분의 관리비를 전 구분소유자의 특별승계인이 승계하도록 정하고 있는 관리규약과 이 관리규약이 터잡은 집합건물법의 규정이 신탁계약서의 내용과 모순된다는 점입니다. 신탁계약서에는 관리비 납부의무자를 위탁자라고 정해놓습니다. 

 

 

그러나 신탁등기가 경료되면, 수탁자인 신탁회사는 소유권을 취득하고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자가 됩니다.  즉, 신탁회사가 구분소유자인 위탁자의 특별승계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합건물의 관리비 청구권한을 가지고 있는 관리회사(집합건물의 관리비청구권한이 누구한테 있는지 여부도 분쟁이 많습니다) 가 신탁회사를 상대로 관리비 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판례의 입장은 구체적인 사안별로 다르게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신탁회사가 관리비납부의무가 없다는 판례가 더 많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점차 신탁회사의 책임을 확대하는 판례가 많이 나오고 있고, 아래 설명드릴 판례도 신탁사의 의무를 인정한 판례입니다. 

 

 

실제 사례는 더 복잡한데, 이해를 위하여 사실관계를 간단하게 정리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위탁자인 건물주가 토지와 그 지상에 신축된 쇼핑몰 건물에 관하여 신탁회사와 부동산관리처분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신탁계약서에는 관리비 납부의무자는 위탁자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 이러한 내용이 기재된 신탁계약서는 신탁등기 신청서에 첨부되어 신탁원부에 포함되었고 등기부로 편철이 되었습니다. 

 

그 후 신탁회사는 우선수익자들의 요청에 따라 전유부분에 대한 공매절차를 진행하여, 피고들 회사가 낙찰받거나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유부분에 관하여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신탁등기는 신탁재산 처분을 원인으로 말소되었습니다. 

 

원고들은 관리회사에 대한 각 양수금 및 약정금 채권이나 대납금 반환채권을 취득한 회사로, 그 후 피고들을 상대로 관리비청구를 한 사안입니다. 


 

 

결론부터 살펴보면, 수탁자와 제3취득자인 피고들은 각 종전 구분소유권자들인 위탁자들의 공용부분 체납관리비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는 것이 원칙이고, 등기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신탁부동산에 대한 관리비 납부의무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기재되어 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였습니다(2018.9.28.선고 2017다273984).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의 입법 취지와 공용부분 관리비의 승계 및 신탁의 법리 등에 비추어 보면, 위탁자의 구분소유권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가 신탁계약에 따른 신탁재산의 처분으로 제3취득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고 신탁등기는 말소됨으로써, 위탁자의 구분소유권이 수탁자, 제3취득자 앞으로 순차로 이전된 경우, 각 구분소유권의 특별승계인들인 수탁자와 제3취득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종전 구분소유권자들의 공용부분 체납관리비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등기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신탁부동산에 대한 관리비 납부의무를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제3취득자는 이와 상관없이 종전 구분소유권자들의 소유기간 동안 발생한 공용부분 체납관리비채무를 인수한다고 보아야 한다.


 

정리하자면, 신탁건물에 대한 공용부분 체납관리비 납무의무가 신탁계약서에 위탁자라고 되어 있어도 대외적으로는 수탁자도 납부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고, 신탁부동산을 공매나 수의계약으로 취득한 제3자 매수인도 공용부분 체납관리비는 책임을 진다는 의미입니다.  위 판례에 따르면 신탁계약서에 위탁자 의무라고 기재해도 대외적으로는 대항할 수 없다고 봐야합니다.

 

 

현실적으로는 공용부분 체납관리비가 있는 경우, 공매나 수의계약으로 취득할 때 체납비용을 매수대금에 반영을 할 텐데, 만약 매수대금에 체납액만큼 공제되지 않았다면 사후에 매도인인 신탁회사나 위탁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신탁사 입장에서도 대내적으로는 위탁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고 보이고요. 제3취득자는 위탁자와 신탁사를 공동피고로 하여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신탁부동산에 대한 관리비 납부청구를 당한 경우, 최종 납부의무가 자신에게 있는지 잘 검토해서 구상권 청구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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