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권남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외관상으로는 대표이사의 적법한 권한내의 행위지만, 대표이사나 제3자에게는 이익이 되고 회사한테는 손실이 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경우, 대표이사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대표이사의 대표권을 믿고 거래한 거래상대방의 신뢰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그러나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는 상대방의 보호할 신뢰와 이익이 없으므로 이 때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되고 회사는 그 행위에 따른 의무가 없습니다.



만약 대표이사가 대표권남용으로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대표이사의 행위가 배임죄의 죄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배임죄가 기수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수는 기수에 비해 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으므로 죄책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최근 이와 관련된 전원합의체 판례가 나왔습니다(2014도1104).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갑회사의 대표이사 A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또 다른 회사인 을회사의 저축은행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서 A 또는 을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갑회사 명의로 약 30억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해 주었습니다. 



저축은행은 A의 대표권남용 행위를 알았거나 알수 있었기 때문에 A의 약속어음 발행행위는 무효가 되었는데, A는 배임죄(이 사안에서는 약속어음의 금액이 5억원 이상이므로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었습니다)의 기수인지, 미수인지가 문제가 된 것입니다.



종래에는 A의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무효여도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 아니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게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보아 배임죄의 기수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무효이고,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대표이사의 행위는 배임죄의 미수에 해당한다고 한 것입니다. 실제로 대표권남용으로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그 어음이 유통되기 전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기수냐 미수냐의 결론이 달라진 것입니다. 



재판과정에서 검사가 유죄의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검사가 어음이 유통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입증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피고인이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어음유통 전에 손해발생 위험을 부정하여 배임죄의 미수라고 한 것은 피고인이 다툴 여지가 커진 것입니다. 



만약, 배임죄에서 회사의 손해발생 요건과 관련해서 기수냐 미수냐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적극적으로 다투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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